소리의 풍경 노엘
야마구치는 작게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한쪽으로 틀어 잔 몸이 굳어 뻐근했다. 잠을 깨려는 듯 크게 하품하는 입안으로 덥혀진 버스 안의 공기가 점막을 따스히 말렸다. 손을 들어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아직 도로 위였다. 경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 주 경기장이 있는 센다이 시를 벗어나 외곽 쪽으로 빠지는 버스 안은 조용했다. 터널 안으로 들어왔는지 버스 안이 어두웠다. 터널 안 전조등의 일렁이는 빛이 버스 안을 어지럽게 만들고 나서야 바깥의 빛이 사위를 밝혔다. 반대쪽 창문 밖으로 나무들이 파드득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츠키시마는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꽂고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자고 있었다. 먼지가 붙어 앉은 짙은 검은 티셔츠에 감싸진 가슴팍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야마구치는 츠키시마를 바라보다 안전띠를 차 고정되어있는 자세에서 상체만 틀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이치 선배와 스가 선배 그리고 엔노시타 선배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잠들어 있었다. 니시노야 선배가 입을 달싹이는 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차 안은 숨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조금 더 몸을 빼내어 앞을 바라보았다. 운전석에는 타케다 선생과 우카이 코치가 앉아있었다. 지쳐 잠이든 학생들을 위해 타케다 선생은 라디오조차 틀지 않고 조용히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수선히 고개를 돌리다 엔노시타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무심히 앞을 바라보고 있던 엔노시타는 시선이 마주치고 머쓱하게 웃는 야마구치를 바라보며 더 자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야마구치는 엔노시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맨 뒤에서 두 번째에 앉은 야마구치와 츠키시마 뒤에는 카게야마와 히나타. 둘이 같이 앉아있었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입을 벌린 채 깊이 잠들어있었다. 야마구치는 히나타의 옆을 보고는 놀란 듯 어깨를 흠칫 떨었다. 같이 잠든 줄 알았던 카게야마가 차창에 손을 뻗고 조용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로 오후의 햇살이 깔렸다. 터널 안만큼 붉게 물든, 서쪽으로 지는 더운 햇살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모두 세기라도 하는 듯 카게야마의 눈이 매서웠다. 야마구치가 바라보고 있어도 카게야마는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야마구치는 자리에 제대로 앉으려다 멈췄다. 타케다 선생이 모는 버스는 터널 안으로 작은 몸을 다시 던졌다. 터널 안 그림자에 검게 물들어 거울처럼 반사되는 창 위로 카게야마의 얼굴이 비쳤다. 카게야마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거 아닌 풍경이었지만 야마구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창에 비친 카게야마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밖이 아니라 앞자리를 향해 있었다. 야마구치는 카게야마의 모습을 조금 더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머리를 제자리에 갖다 대었다. 놀란 듯 야마구치의 입이 벌려져 있었다. 뒤통수를 고정한 채 시선만 옮겨 츠키시마를 바라보았다. 츠키시마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팔짱을 낀 채 자고 있었다. 야마구치는 츠키시마의 얼굴 너머 창을 보았다. 어둡게 물든 유리창에 츠키시마의 잠든 모습을 그대로 담아졌다. 야마구치는 눈을 감았다. 낮게 솟은 과속방지턱에 작은 버스가 덜컹거렸다. 그냥 우연이라 생각했다. 야마구치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창을 보는 줄 알았던 카게야마와 눈이 마주쳤다. 카게야마는 야마구치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두운 터널 안, 낮은 채도의 전조등이 카게야마의 뒤로 규칙적으로 지나갔다. 깜빡이는 빛과 어둠에 잠겼다 떠오르는 카게야마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시선을 피했던 야마구치가 고개를 돌렸다. 야마구치의 당황한 표정이 카게야마의 두 눈에 들어있었다. 떨리는 얼굴 근육을 움직여 애써 미소를 짓고는 머리를 등받이에 기댔다. 야마구치는 손을 들어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터널 안에 갇힌 바람이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손바닥을 울렸다.